당기무 작품집

별을 올려다보기 또는 내려다보기

자유실존프로젝트 2022. 1. 27. 22:03
|별을 올려다보기 또는 내려다보기|
 
간혹 내려가는 시골에서는 참 반가운 사실을 재회할 때가 있습니다. 까만 밤하늘이지요. 눈 내리는 날만 아니라면, 겨울 한밤중의 하늘은 대부분 맑아서 매우 까맣습니다. 유난히 추워서 하루 종일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면 지금쯤 한번은 용감하게 몸을 젖혀 가슴을 하늘로 드러내 보시지요.
 
비록 영하의 바람이 몇 미터 앞에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나와 까만 하늘 사이에는 아무런 장애물이 놓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밤새울 것도 아닌데, 몇십 초만 더 참아 보자구요. 머리가 아련해지면서 중심을 잃는다면, 그건 당신이 까만 밤하늘에 쏙 빠졌다는 것이니 안심해도 됩니다.
 
이제 별들은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까만 밤하늘과 총총한 별들이 감싸고 있습니다. 나는 이미 지구별을 등 뒤에 두고 우주를 향해 가슴을 벌린 자연스런 존재가 되는 겁니다. 양손에, 양 어깨에 아무것도 지니지 않은 천연의 피조물이 되는 겁니다.
 
우리처럼 머리 위의 별이 아니라 눈앞의 별, 눈 아래의 별에 관심을 가진 작가가 있습니다. <어린 왕자>로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프랑스의 작가 쌩떽쥐뻬리는, <인간의 대지>라는 작품에서 야간 비행을 하며 발견하는 대지의 불빛들을 별에 비유하며 그것들과 통신을 해야 한다고 되뇌입니다.
 
우주인을 믿는 종교가 아닌 이상, 별들과 통신하기를 바랐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러나 쌩떽쥐뻬리의 바람은 근거가 있습니다. 그 별들은 다름 아닌 사람의 흔적이니까요. 그 별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우리가 자동차를 타고 갈 때, 횡단보도 위에 서 있는 ‘보행자’를 보는지 아니면 ‘사연을 가진 한 사람’을 보는지. 우리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정지선에 멈추어 있는 ‘자동차’를 볼 것인지 아니면 그 안에 타고 있는 ‘소중한 사람’을 볼 것인지.
 
저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보아야 하는지, 아니면 가슴에 품어야 하는지.
 
+당기무(이정환)_노마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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