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

지하철 연작3 - 유리벽 하나 있으면 좋겠다

지하철 연작3 - 유리벽 하나 있으면 좋겠다 유리벽 하나 있으면 좋겠다 자동문이 달려 있다면 더욱 좋고 쳐다볼 수는 있어도 함부로 건드려 다치지 않게 굉음을 내지르며 스쳐 지나도 머리 올 하나 휘날리지 않게 그렇지만 열릴 때가 되면 알아서 열리고 닫힐 때가 되면 더 이상 밀려들지 않도록 자동문은 하나 달려 있으면 좋겠다 내 삶에서 가장 슬픈 일이 있다면 옷깃 스친 인연들을 사랑하지 않게 된 것 +당기무(이정환)_노마드 물고기 + + + + + + + + 우리나라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아직 없던 시절, 1997년에 저는 아내와 함께 결혼 1주년 기념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5박6일 일정의 싱가포르 여행. 도심에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서 발견한 유리벽, 스크린 도어는 참 충격적이었습니다. 왜 이런 아이디어를..

당기무 작품집 2022.03.10

지하철 연작4 - 가판 신문의 독백

지하철 연작4 - 가판 신문의 독백 나는 신문지다 지하철 이호선 신촌역을 오후 두시 삼십오 분에 지나는 앞에서 두 번째 객차의 선반 위에 나는 얹혀 있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그냥 신문지가 아니라 신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이천이백육십삼 킬로바이트의 문자와 이미지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이것으로 나는 신문지가 아니라는 자각을 얻었다 사람들은 나를 탐내듯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여섯 시간 전에, 그것도 단 삼십 분간 내게 주어진 영화(榮華)였다 나는 그냥 신문이 아니라 재화(財貨)이다 누구도 돈 없이는 나를 가질 수 없다 적어도 한때는 그랬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웃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보고 화내기도 했다 심지어 힐끗 어깨 너머로 나를 훔쳐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건 다 여섯 시간 전의 일이다..

당기무 작품집 2022.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