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무 작품집

데쟈뷰

자유실존프로젝트 2022. 2. 5. 04:50

데쟈뷰
 
매번 같은 번호 달랑 한 장
매 월요일 숫자 조합 복권 구매
매 토요일 당첨 번호 발표 확인
매주 폐지함으로 들어간다
 
책상 위 하얀 알약통
하루에 하나씩 이백 알까지
오늘 먹었다 안 먹었다 아니다 먹었다
렌티큘러 같은 기억 속엔
흔들어도 열어봐도
항상 이백 알

 

한겨울 습도는 항상 삼십 퍼센트
눈이 내리나 해가 비치나
힘없는 가습기가 뿜어 내는 허연 분무는
매순간을 억세게 연장하는
열차의 기적
 
정지-반복-진행-정지-반복-진행
물리학도가 아닌 나는 속도를 가진 빛에 대해 논할 수 없다
햇빛도 달빛도
형광등도 신호등도
나에게는 모든 것이 데쟈뷰

 

+당기무(이정환)_노마드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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